인천 청라 벤츠 전기차 화재
주차장에 맞지 않은 설비였다
경보와 함께 잠가버린 밸브
지난 8월 일 발생한 인천 청라동에 있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에 불이 붙어 아파트 5개 동 480세대가 화재로 인해 크고 작은 피해를 보았다. 사건의 진상을 알아가던 중 화재 당시 작동했어야 할 스프링클러가 미작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해당 설비는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로 전문가들은 지하 주차장에는 부적합한 스프링클러라는 지적이 있다.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는 화재 감지기가 연기 등을 감지하여 헤드에 물을 보낸 후, 헤드에 지속적인 열이 가해지면 헤드가 터지면서 물을 뿌리는 식으로 작동한다. 이 방식은 오작동을 막기 위해 2개 이상의 화재 감지기가 교차로 감지해야만 물을 뿌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지하 주차장에는 습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정론이다.
화재 신호는 감지했지만
즉시 밸브를 정지시켰다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를 사용한 것도 문제가 되지만 인천소방부가 지난 1일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방재실에서 화재 수신기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을 실시한 결과, 아파트 관계자에 의해 특정 밸브 작동이 중단된 점이 확인되었다. 즉, 불이 난 직후 수신기로 화재 신호가 전달되었지만, 스프링클러 작동의 중요 역할을 하는 밸브를 정지시키는 버튼이 눌린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미리 화재경보기를 꺼두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이 사건처럼 화재 경보가 울린 것을 확인하고 밸브를 정지시킨 것은 어안이 벙벙한 일이다. 화재경보기, 수신기의 존재 이유를 없애버리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화재 신호가 처음 발생했을 때 현장을 확인해 본 뒤 밸브를 잠갔다면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잦은 민원으로 소방 차단
불 난지 10분 만에 가동
이로써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있는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큰 피해로 다가올 수 있는지 여실히 알 수 있게 되었다. 2021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천안 불당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화재 당시 소방시설 작동이 차단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아파트 주차장에선 화재 발생 이후 10분이 지나서야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
소방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차장 화재가 발생하고 설치된 화재 감지기가 최초로 화재를 감지해 예비 경보를 울렸으나 경보가 울린 지 8초 만에 소방설비가 완전히 꺼져버린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이 둘의 사건은 일차적으로 경보가 울렸다면 소방설비가 제 일을 하게 두고 즉시 현장의 상태를 확인한 뒤 문제가 없다면 소방설비를 꺼야 하지만, 오류라고 바로 판단하여 꺼버린 것에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경보
과연 민원이 잘못이었을까
그러나 조금만 넓게 생각해 보자면 여러 가지 문제가 섞인 일일 수 있다. 작년 6월엔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화재경보기를 수시로 차단해 실제 불이 났지만, 화재 경보를 들지 못해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경보기로 계속된 민원을 받아왔다면 결국엔 화재경보기를 미리 꺼 두거나 화재 경보음 발생 시 곧바로 소방설비를 끌 정도로 위축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꼭 민원을 넣은 주민들의 잘못만은 아닐 수 있다. 걸핏하면 오작동하는, 노후화된 화재경보기의 잘못도 있기 때문이다. 작은 먼지나 담배 연기만으로도 아파트 온 세대가 떠나갈 듯 화재경보기가 울리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면 주민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 안전 불감증은 커져만 가고 결국엔 고장 난 화재경보기를 꺼달라는 민원까지 넣게 된 것이다. 이번 화재 사고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누구 하나의 잘못만은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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