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차 앞에선 순한 양
없으면 돌변하는 운전자들
암행 순찰차가 다 잡아낸다
도로 위를 주행하다 보면 “아 왜 운전을 저렇게 하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난폭하게 운전하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인 도로에서 그런다면야 신고할 수도 있겠지만 시속 100km가 넘는 고속도로에서 그런다면 신고하기가 참 어렵다. 경찰이 출발하면 이미 사라지고 없을뿐더러 경찰차가 보인다면 귀신같이 안전 운전을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6년에 경찰청은 경찰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비노출 단속하기 위해 ‘암행 순찰차’ 제도를 시행했다. 처음에는 총 10대를 경부 고속도로에 배치하는 것에 그쳤지만 2020년 확장되어 고속도로는 물론 시내 도로까지 단속하는 중이다. 암행 순찰의 대상은 난폭운전, 과속운전을 비롯해 이륜차 통행 위반 등 도로 위 모든 불법행위를 단속한다.
겉 보기엔 일반 차량 같아
내부엔 각종 단속 장비 탑재
바로 옆에 경찰차가 순찰하고 있다면 아무리 정속 운전, 안전 운전을 한다고 해도 떨리기 마련이다. 훨씬 운전을 조심스럽게 하게 되는데, 불법 행위를 하는 운전자라고 다르지 않다. 따라서 암행 순찰차는 보통 일반 차량과 거의 똑같이 생겼다. 다만 완전히 일반 차량은 아니다. 보닛에는 경찰 마크가 붙어있고, 차량 앞면 그릴 내부에는 경광등이 설치되어 있다.
블랙박스를 통해 불법 행위를 녹화하고 있고, 범퍼 하단에 사이렌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어 불법 행위를 발견한다면 즉시 경광등과 사이렌을 울려 현장 검거를 시도한다. 서울 경찰청은 2023년 4월부터 7월까지 약 3개월 동안 암행순찰차를 운행한 결과 교통사고 사망 사고가 전년 대비 65.5% 감소했으며, 교통사고는 10.4% 감소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역 경찰청은 암행순찰차 운영의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암행 순찰차를 더 늘릴 예정이다.
단속 표시 않고 잡았다
법 개정으로 위법 단속
그러나 암행 순찰이 항상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었다. 법이 개정된 것을 몰랐던 경찰이 위법 단속을 했던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사건은 이렇다. 지난해 9월 개인정보보호법 제27조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암행 순찰에 나설 경우 차량에 단속 표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했다. 그러나 강원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가 올해 5월 말까지 단속 표시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암행 순찰을 해왔던 것이었다.
강원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는 지난해 9월부터 올 5월까지 총 4,080명의 교통 법규 위반자를 단속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교통 법규 위반자들은 법규 준수의 모범을 보여야 할 경찰이 오히려 위법 단속을 한 것을 비판하며 납부된 범칙금에 대한 반환 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청은 지난 6월 5일 전국 지방경찰청에 암행 순찰차 단속 표시 의무화에 대한 공문을 하달했다.
5년간 과속 단속 0건
달리면서 과속 잡는다
암행 순찰차의 어두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제주경찰청은 2019년에 차량 1대, 2023년에 차량 1대 등 총 2대의 암행 순찰차를 도입해 운영해 왔다. 그러나 올해 6월 조사 결과, 두 차량 모두 암행 순찰차에 필요한 과속 단속 장비를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과속 단속을 측정할 방법이 없으니 2019년부터 5년간 과속 단속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냥 일반 자동차와 다름이 없는 것이다.
한편, 암행 순찰의 효과를 높이고자 새롭게 도입되는 방식도 있었다. 2021년부터는 순찰차가 주행하면서 과속 단속을 할 수 있는 순찰차 탑재형 교통 장비를 시범 운영한 것이다. 기존 과속 단속은 도로에 설치된 고정식 단속 장비를 사용했지만, 일부 운전자들이 단속 장비 앞에서만 속도를 줄이고 다시 속도를 높이는 수법을 사용해 이와 같이 차량을 주행하면서 단속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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